이른 아침 길을 걸으며
- ( 2021.08.24 )
이른 아침 가랑비 속에서 길을 걷는다.
남쪽 지방에서는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와 강풍이 몰아쳐
여러가지 피해 상황이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은 새들도 보이지 않는다.
비오는 날, 비에 적어 물방울이 맺혀있는 초목을 보면
나의 옛날이 떠오른다.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소가 있고,
비오는 날에는 소를 산에 몰고 갈 수 없으므로
산에 가서 소꼴을 베어와 먹여야 한다.
집에서 기르는 토끼도 먹여야 한다.
아침 일찍 비옷을 입고, 꼴망태를 메고
집 근처 뒷산을 오른다.
바람이 휘몰아 치며 비오는 날엔
산에 가는 것이 제일 싫었다.
산을 소유하지 못하여 자기네 집 산이 없는 아이들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소 깔을 배려면
조금 멀리 떨어진 산 등성이를 넘어가야 한다.
풀숲을 걸어가다 비에 젖은 억새밭을 만나면 신이났다.
소가 매우 좋아하는 먹이이기 때문이다.
억새를 꼴망태에 가득 베어 담아
등에 메고 집에 돌아오면 소들이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갓 베어 온 억새풀을 소 한테 던져주면
얼마나 맛있게 잘 먹던지 지금도 소가 꼴을 먹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소는 농사 일에 필수이기 때문에 항상 잘 먹여
소 엉덩이가 통통하게 살이 찌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농사일을 잘 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길을 걸으며 옛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산 책: 걸음수 11,784steps, 거리 8.04 km, 소모열량 449 Kcal, 소요시간 01:42hrs, 속도 4.6km/h.
○코 스: 고덕천 (왕복)
If you focus on what you've left behind,
you'll never be able to see what lies ahead.
과거에 집착하면 미래를 볼 수 없어
2007년 개봉 에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Ratatouille)' 명대사
나이 먹어 갈 수록 과거가 자주 떠오르며, 옛일이 그리워 진다.
모든 사회 활동에서 떠나서 홀로 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자신의 내면에로 귀착하게 된다.
쓰라린 과거 까지도 그립고 애뜻한 추억이 되는 것이다.
반추동물이 자신이 삼킨 먹이를 다시 씹으며
먼 산을 바라보듯 말이다.
나는 어릴 때 자연과 함께한 시골 생활의 추억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어릴 때 보아왔던 풀 한포기도 정겹고 따뜻한 감정이 스며들곤 한다.
오늘도 개천가를 거닐며 개천변의 풀숲을 바라보며
옛 산천에서 보았던 것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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