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새벽
- ( 2021.09.21. )
추석날 새벽이다. 새벽 3시가 갖 지난 시간부터 할머니는 일찍 일어나 어제 준비한 갈비찜을 다시 만지고 있다. 손자들이 오는 날이니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잘 먹이려 흰 기름기를 걷어내랴 여러 가지로 애쓰고 있다. 우리 내외는 손자와 손녀를 보면 너무 행복감에 젖게 된다. 특히 우리집 사람은 산후풍이라는 아픈 몸으로 손자와 손녀를 젓먹이 때부터 7살, 5살 때 까지 애지중지 키워냈으니 얼마나 정이 깊어졌겠는가? 우리집 사람은 저희 부모도 못 본 우리 손자들의 예쁜 재롱을 모두 보았으니 여한이 없다고 한다. 우리같이 나이 먹으면 손자들 보는 것 만큼 더한 행복은 없는 것 같다.
자손이 없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얼마나 안타까운 생각을 하며 적적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아들 딸을 가진 부모들도 자식들 결혼할 때 기뻐하지만, 결혼 후 자식 낳을 생각을 하지않고 둘만 행복하게 살자하는 풍조가 만연하여, 집안의 대(代)는 끊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쓸쓸할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서 빨리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마음 껏 공부하고, 좋은 일 자리를 얻고, 결혼도 일찍 하고, 자녀를 적어도 2~3명 정도 낳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의 긴급한 문제요 숙원인지도 모른다.
부모에 효도하는 길은 무엇보다 빨리 결혼하여 손자들을 부모님 품에 안겨드리는 일이다. 이것 이상 더 큰 효도가 어디 있겠는가?
추석날 새벽부터 비가 온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 동네 어귀에 있는 산이나 밭 등에 흩어져 있는 조상님 묘소에 우산 쓰고 성묘 다녀오던 생각이 난다. 가을비는 오는 데 산소에서 음식을 차리고 절 하고, 음복하고, 쪼그려 앉아 전과 문어 다리, 사과 한 조각 정도 주면 받아 먹고, 빗물이 나뭇잎에 방울방울 맺혀 영롱하던 모습을 보며 산길과 들길을 어르신들 따라 걸어 다니던 기억이 난다. 명절 때 집안의 어른들과 자손들이 모여 함께 다니면 어떤 동질 의식과 유대감이 생겨나고 좋았던 것 같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이런 풍습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자녀들도 모두 도회지에 나가버리고 시골에는 늙은 노부부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에 나간 자녀들도 여러가지 사정으로 고향에 자주 내려오지 못하거나 또는 저들 가족끼리 해외여행 등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추석 이른 새벽 생각느니, 가정은 사랑으로 빚어진 보금자리이다. 모든 사람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추석 명절을 보내시기를 기원해 본다. 모여서 맛 있는 음식 먹으며, 좋은 이야기만 하면 된다. 가족들의 미담만 이야기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술 취하고 쓸 데 없는 이야기 하면 안된다. 그러면 싸움이 벌어진다. 행복은 우리가 노력하기 나름이다. 형제간 처지를 비교하지 않고, 이웃의 행불행을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삶을 배우며, 나는 내 처지데로 분수에 맞게 살아가면 그만일 것이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의 운명이 있게 마련이다. 비교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밝아지고 행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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