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고 내일
내일은 없다.
그리고, 오늘도 없다.
눈뜨며 보는 신문의 구절 구절마다
내일과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신년 초하루,
벽에 붙어있는 달력에는
내 나이가 쓰여있다. 그리고,
1234 숫자들이 달려가며,
내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맞이 장소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오매불망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린다.
숨소리가 바람속에 묻히고
희미하게 드러나는 검푸른 바다 위를
어선 한 척이 미끄러져 간다.
먹는 것과 사는 것은 동의어(同意語),
우리 어머니는 호미들고 마당 걸어나가시고,
아버지는 두꺼운 잠바 걸치시고 물 퍼낼
바가지와 바케츠 들고 나가신다.
오래된 목선(木船)의 뱃장엔 바닷물이 흥건하다.
불안의 그늘이 늘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내일 어떻게 살아가지?
그러면서 수많은 성상(星霜)이 지나갔다.
아, 새날이 밝았다.
마누라가 올린 떡국 한 그릇을 먹는다.
산적과 굴전과 삶은 새우를 까먹는다.
어느 나라 붉은 새우인가?
어찌하여 동방의 모퉁이 나라
서울의 변방까지, 너는
나의 입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는가?
살아도 잡히면 그만이다.
내 육신은 찢어지고 남의 아가리에 들어가고 만다.
약국강식(弱肉强食)의 법칙을 몰랐을까?
삼십육계(三十六計) 도망쳐야 산다.
오늘도 없고, 내일이 보이지 않아도
시작은 있다. 하루의 끝은 있다.
밥을 먹고 힘을 내어라.
먹고, 먹고, 먹으면
하루가 간다. 다시 내일의 시작이다.
- ( 2022.01.01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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