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기다리고 기다리던 설날 아침,
도회지에 사시는 고모님께서
보내 주신 설 옷을 입으면
이 세상이 다 주어진 것 같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굴이 들어간 떡국,
마른 생선전과 찜, 콩나물 등등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맛있는 음식에
너무 행복한 설날 아침이다.
집 마당 구석에 서있는 감나무 위에는
오늘 따라 까치도 날아와 앉아있다.
아침을 먹은 후 어른들을 따라
마을길을 걸어 새배하러 다닌다.
복 많이 받아라 하시던 어르신들의
음성이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인사를 드리고 나면 하얀 떡과 전등
설음식을 내어오신다.
꽃감, 배, 사과등 과일도 풍성하다.
설날은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은 날이다.
다 먹지 못해 종이에 싸서 호주머니에 넣고
종종걸음으로 집에 돌아오곤 하였다.
설날의 찬공기는 양 볼때귀를 스치며
한살 더 먹은 기분과 왠지 희망이
주변에 충만한 것 같은 날이 되었다.
나의 시골 어린시절 설날 풍경,
아, 그 때 설날 아침이 너무 그립다.
- ( 2022.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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