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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254

길 - ( 2021.01.28 ) 길 길 위에 서면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있다. 물이 흘러가는 길의 끝은 강이다. 아침에 폭설이 내리더니, 오후에는 모두 어디 갔나? 미친 광란의 바람만 요란하고 길을 어지럽히고 있다. 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가? 오늘 길에는 백로도 보이지 않는다. 백로야, 가지 마라 가마귀 우짓는 곳에... 너의 흰옷을 더럽힐까 하노라. 물결 일어 강은 바다가 되고 있었다. 파도치는 검푸른 바다는 무서웠다. 아버지는 바람부는 추위에 소주 한잔 넘기시고 목선이 깨질세라 방파제로 달려가셨네. 은근히 불안감이 나를 엄습할 때 그 때 어바지는 기침하며 들어오신다. 구름발 날리는 먼 하늘 다시 바라보며 소피(所避)보러 나는 통시로 달려간다. 이제 저녁만 먹으면 될 것이다. 제갈공명이 오장원을 내려다보 듯 바람부는 한강을 바.. 2021. 1. 29.
불면 - ( 2021.01.28 ) 불면 자정이 넘었는데, 새벽 한 시가 지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도 불면의 밤이 되려나? 어두움은 내 머리 속에 실타래를 풀어놓고, 나를 따라오라 하네. 잠이 오지 않는 밤은 귀 하나 열어놓고 방문 밖의 소리 없음을 듣는다. 긴 터널 같은 시간의 회로를 지나기도 한다. 나에게 한번도 요구사항을 말씀하신적 없는 어머님 얼굴을 그려보기도 한다. 분명 어려운 데, 항상 괜찮다. 괜찮다. 지금도 내 귀에 들리는 듯, 이제 서로를 만날 수 없는 시공간의 블랙홀이 가렸다. 잠이 오지 않는다. 캄캄한 공간 속에서 가만 누워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다” 예수님의 말씀이 들린다. 어머님, 저는 지금 슬퍼하고 있습니다. 밀가루 팥죽 쓰시려 멧돌 돌리시던 어머님, 그 날의 저녁을 기다리던 어린 때를 추억해 봅니.. 2021. 1. 28.
폭설 - ( 2021.01.13 ) 폭설 나무에 꽃이 피었다. 눈꽃, 함박 눈꽃. 세상은 조용하다. 외로운 귀 하나 열어놓고 누군가의 발자욱 소리 엿듣는다. 찌들고 먼지 묻은 내 마음아 흰 눈의 정결함을 바라보아라. - ( 2021.01.13. ) 2021. 1. 13.
첫눈 - ( 2021.01.07 ) 첫눈 깊은 심야 창밖을 내다 본다 하얀 세상이 네온사인 불빛 아래 누워있다 날이 밝으면 놀라운 광경을 볼 것이다. 하얀 눈은 어머니 마음으로 모든 것을 껴안았다. 오염된 세상을 덮어버렸다. 소리없이 내린 눈, 축복처럼 내 마음 밭에도 내린다. 신새벽, 맨 처음의 족적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 ( 2021.01.07 ) 2021. 1. 7.
겨울 풍경 - ( 2020.12.18 ) 겨울 풍경 바람 불고 추운 날 길을 걷는다. 길은 이어지며 돌아가고 직진하기도 한다. 옅은 개천은 벌써 얼어 붙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얼음 위에서 신난다. 뛰어 보기도 하고 넘어지고 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아무 생각없는 즐거움이 행복일 것이다. 빙판으로 변하는 개울에는 물새들도 사라진다. 마른 흰 억새 꽃은 바람에 흔들린다. 너무 푸른 하늘 때문에 내 마음이 시리다. 겨울과 나 사이에는 차거움이 존재한다. 해 질 무렵 등불 하나씩 켜지고, 어딘가 행선지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다.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별은 어두움 속에서만 빛난다. 아, 나의 별은 어디에서 빛나고 있을까? 밤에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 내일이 올 때까지 차거운 어두움을 지나야 한다. - ( 2020.12.. 2020. 12. 19.
까닭없는 - ( 2020.08.24 ) 까닭없는 무덥다. 여름 한낮, 폭염이다. 방안을 나서다 스피커 위 사진 속 얼굴들을 본다. 오늘은 유심히 바라본다. 활짝 웃고 있다. 손자들이 사랑스럽다. 그런데, 나는 까닭없는 허전함을 느낀다. - ( 2020.08.24 ) 2020. 8. 24.